찾았다 인생멘토

변화무쌍 천의 목소리 성우_엄상현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8-09-05 / 조회수 : 515
늘 화면 뒤에 있던 사람이지만, 연령과 종족(?)을 넘나드는 넓은 연기 스펙트럼에 그의 목소리 한 번 듣지 않고 자란 이가 없으리라. 그래서 더 만나고 싶었다. 생기 넘치는 모션, 귀에 쏙쏙 들어오는 말, 중간 중간 터져 나오는 웃음 포인트까지. 인터뷰를 하러 갔는데 한 편의 행복한 애니메이션을 보고 온 듯 하다. 
 

연극 배우로 활동하시다가 성우 일을 하게 되셨다고 들었어요.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연극영화과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성우’라는 직업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4학년 때 학교에서 공연을 했는데, 한 선배가 끝나고 절 따로 불러서는 “너 성우해봐라. 너는 하면 될 것 같아.” 그러시더라고요. 당시 선배가 성우 일을 하고 계셨거든요. 얘기를 듣다보니 재밌을 것 같아서 해보겠다고 했더니, 당장 일주일 뒤에 시험이 있대요. 성우가 뭔지 방금 알았는데. 제대로 배운 적 없지만 일단 포부 좋게 성우 시험을 보러 갔어요. 엄청나게 큰 로비에 양복 차림을 한 사람들이 가득한데 다들 목소리가 너무 좋은 거예요. 준비도 안한 저야 당연히 1차에서 똑 떨어졌죠. 성우는 내 길이 아니다 싶어서 그 뒤로는 시험 안 보고, 연극을 계속 했어요. 그러다 한 번은 미국 공연에 가려는데 그 시기에 성우 시험이 잡힌 거예요. 당시에는 성우 시험에 나이 제한이 있어서 그때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또 떨어지면 다시 안 하겠다는 마음으로 미국 공연을 포기하고 시험을 보러 갔죠. 다행히 붙어서 성우가 됐고요.

장르와 배역의 스펙트럼이 넓기로 유명하신데요. 성우님만의 더빙 비결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전문적인 성우 수업을 받아본 적은 없지만,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상업 무대에서 뮤지컬 등 여러 공연을 했던 게 도움이 된 거 같아요. 성우든 배우든, 연기란 내가 아닌 다른 것을 표현한다는 점은 같거든요. 대학 다닐 때 배우고 무대에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지금 다 써먹고 있어요.(웃음) 또 장르와 캐릭터에 따라 다르게 표현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한 작품에서 극단적으로 다른 배역들을 연기할 때면 삐죽삐죽 솟아난 가시처럼 각자의 개성이 돋보이게 캐릭터 성격과 소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요. 캐릭터 간 차이를 벌리고 소리도 더 차별을 두는 거죠.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출연하셨죠. 기억에 남는 배역을 꼽으신다면요? 
순위 없이 쿵푸팬더의 ‘포’, 로보카 폴리의 ‘폴리’, 꼬마버스 타요의 ‘로기’, 데스노트의 ‘L’, 이누야샤의 ‘코우가’요. 주·조연을 떠나서 제가 무척 좋아하고 너무 재밌게 작업했던 캐릭터들이에요. 특히 데스노트 ‘L’ 역을 맡았을 때는 작품 자체도 재밌고 구성원들도 다 좋아서 저도 모르게 엄청나게 몰입되더라고요. 주변에 아무것도 안 보이고 진짜 제가 L이 된 것 같았죠. 희한하고 짜릿한 경험이었어요. 

더빙 작업할 때 가장 힘든 점을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솔직히 쉬운 게 없는 것 같아요. 연극은 대본 받고, 분석하고, 연습하는 데 짧으면 한 달 반, 길면 세 달 이상 걸려요. 공연 기간까지 합치면 더 늘어나죠. 반면 성우는 작품 전체 호흡이 짧습니다. 매주 녹음하는 애니메이션도 작업 전날 대본이 나오기도 해요. 연습 시간이 많지 않다보니 캐릭터가 어떤 성격을 가졌고 이 상황에서 왜 이 말을 하는지 빨리 파악해야 합니다. 또 그림에 딱 맞춰 연기가 들어가야 해서, 영상을 보며 캐릭터 행동이나 표정 등 포인트를 잡아내야 돼요. 고개를 들거나 눈을 크게 뜰 때 각각 다르게 표현해야 하니까요. 창작 과정부터 함께 하는 경우도 있어요. 가이드라인 없는 상태로 스케치에 녹음하기도 하고, 제작 감독님과 서로 생각한 게 다르면 여러 번 녹음하며 협업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물론 서로 의견이 잘 맞아서 캐릭터 성격이 바뀌거나, 조연이었는데 비중이 커지는 경우도 있어요. 창작은 그 맛이죠. 어쨌든 그 캐릭터를 함께 만들어내는 거니까요. 
 

성우 활동하시면서 어떨 때 가장 보람을 느끼시나요? 
저를 좋아해주시는 팬들을 만날 때요. 얼마 전에도 지하철에서 한 여성분이 “엄상현 성우님” 하고 부르는 거예요. 너무 신기해서 저를 어떻게 아냐고 물었더니 당연히 안다며 아이를 제게 인사시키더라고요. “성우 아저씨야, 인사해. 이 아저씨가 폴리야.” 하면서요. 그래서 저도 고맙고 기쁜 마음에 “안녕, 만나서 반가워. 내가 폴리야.” 하면서 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폴리 목소리로 난데없이 더빙쇼를 했죠.(웃음) 

AI와 같이 IT기술의 발전으로 여러 직업군이 위태하다는 예측이 있습니다. 성우라는 직업은 어떻게 될까요? 
성우뿐만 아니라 많은 게 사라질 거예요. 그렇게 시대가 변하고 발전하는 거라고 봐요. 처음 자동차가 나왔을 때 마부들이 ‘우리는 어떻게 살란 말이냐. 자동차 물러가라’ 하면서 집회도 열었었어요. 저 어렸을 때만 해도 공원 가면 사진사 아저씨들이 많았는데 기술이 발달하고 핸드폰 카메라가 좋아지면서 그런 분들이 거의 다 없어졌죠. 성우도 마찬가지예요. 기계음으로 바뀐 지하철 방송이 아직은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점점 매끄럽게 다듬어질 테고 이상하다는 생각조차 못하는 때가 올 거예요. 그렇게 한 시대가 바뀌는 거죠. 그렇다고 성우라는 직업이 아예 없어지진 않을 거라고 봐요. 오디오 시장이 가고 새롭게 게임이라는 시장에서 성우들이 자리를 잡았듯 미래에는 또 다른 분야가 나타날 테니까요.

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으신가요. 
성우로서는 어떤 역할이든 마다하지 않아요. 차분하고 멋있는 주인공도 좋고, 돌+아이 같은 캐릭터는 연기하긴 힘들지만 묘한 쾌감이 있어요. 성우 외의 연기도 하고 싶어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기회가 온다면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해볼 생각이에요.

대학생들은 발표나 취업 면접이 있을 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상대에게 신뢰감 있게 말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성우님만의 꿀팁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말할 때는 소리뿐만 아니라 표정과 눈도 아주 중요해요. 눈을 자주 마주치되 너무 빤히 보면 반감을 살 수 있으니, 눈을 많이 깜박이면서 아이컨택하는 게 좋아요. 목소리도 어느 정도 볼륨감을 내줘야 돼요. 소리가 너무 작거나 한 톤이면 집중이 안 돼요. 특히 면접 볼 때는 말 어미를 끝까지 말하세요. 끝을 흐리면 자신감이 없어보여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워요. 편안하고 당당한 시선으로, 어미까지 잘 들리게 말하기! 잊지 마세요.

20대 청춘인 캠퍼스플러스 독자들에게 응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요즘 하도 취업이 어렵다보니 많이들 위축되는 것 같아요. 절대 그러지 마세요. 확! 부딪쳐보는 경험 없이 적당히~만 찾으면 위로 올라갈 수가 없어요. 잘 안 돼도 주눅 들지 말고 끝까지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이 중요해요. 끈기 있게 하다보면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는 걸 느끼실 겁니다. 또 지금 시기에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보셨으면 해요. 처음엔 하고 싶은 게 확실하고 절대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시간 지나고 보면 안 맞는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어요. 취미 생활도 좋아요. 여러 번의 도전과 시도는 삶을 더 풍성하게 하고, 그 풍성함은 내가 어떤 일을 해도 다 도움이 될 거예요. 땅을 넓게 파야 깊이 팔 수 있다고 하죠. 열심히 도전해서 원하는 바를 성취하는 20대 청년들이 되길 바랍니다.


성우 엄상현 출연 작품 
1998 EBS 성우극회 17기로 데뷔
2000 이누야사 - 코우가 역
2003 강철의 연금술사 - 엔비 역
2003 디지몬 프론티어 - 선우현 역
2004 기동전사 건담 SEED - 키라 야마토 역
2005 크르노 크루세이드 - 크르노 역
2007 데스노트 - L 역
2008 쿵푸팬더 - 포 역
2009 마다가스카의 펭귄 - 데이브/모트 역
2010~ 꼬마버스 타요 - 로기 역
2011~ 로보카 폴리 - 폴리 역
2015 뽀로로 극장판 컴퓨터 왕국 대모험 치치 역
2017 패딩턴2 패딩턴 역
2018 해적왕 작스톰 작스톰 역
2018 앱 러브앤프로듀서 - 백기 역 
외 다수
취재_임수연 기자·박예지 학생기자 사진_안용길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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